[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국정감사 및 조사의 한계와 헌법적 가치: ‘사건 관여 금지’의 원칙

피앤피뉴스 / 2026-04-13 11:19:10

국정감사 및 조사의 한계와 헌법적 가치: ‘사건 관여 금지’의 원칙

 

 

 


 

▲최창호 변호사
우리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기초하여 입법, 행정, 사법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국회의 국정감사 및 조사권은 국민의 대표 기관이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정 전반의 실태를 파악하여 입법 활동에 반영하기 위한 강력한 헌법적 도구이다. 그러나 이 칼날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적 질서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정통제권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존재하며,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계속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의 명문상 근거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명시되어 있다. 해당 조항은 감사 또는 조사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는 국정감사와 조사가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어 실질적인 사법 절차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방어벽이다.

이 규정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법권의 독립과 수사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 사법권은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에게 속한다. 만약 국회가 특정 사건이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증인을 소환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이는 간접적으로 법관의 판단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곧 헌법이 예정한 독립된 사법부의 기능을 형해화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수사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범죄의 혐의를 확인하고 공소권을 행사하는 준사법적 성격을 띤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정치권이 개입하여 특정 방향의 수사를 종용하거나 기소 여부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수사의 중립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이다. 국정감사라는 이름 하에 수사 기밀이 노출되거나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되는 상황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용인되기 어렵다.

또한, 이 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궤를 같이한다.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모든 피고인과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질의와 증언 과정은 대개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이 과정에서 아직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혐의가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대중에게 각인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크다.

물론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는 해당 사안이 국가적 중대사이며 정책적 과실을 따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피감기관은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이나 답변을 거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여할 목적’이 있었느냐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다. 단순히 사건과 연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질문을 막아서는 안 되겠지만, 그 질문의 화살이 사건의 유무죄를 가리거나 수사 방향을 수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면 법 제8조의 취지에 따라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결국 국정감사와 조사는 사법 영역의 '개별적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입법부 본연의 임무인 '입법적 대안 제시'로 그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법원과 수사기관의 몫으로 남겨두고, 국회는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제도적 허점과 구조적 모순을 찾아내어 법률로써 이를 교정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헌법 기관 간의 상호 존중은 단순히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둥인 권력분립을 지탱하는 실천적 원리이다.

법치국가에서 국회의 권능은 법을 만드는 데서 시작하여 법에 의해 제한되는 영역에서 끝난다. 국정감사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국정감사법 제8조가 담고 있는 절제와 존중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권은 권력분립사상을 기초로 하는 권력 간의 견제·균형의 메카니즘일 뿐 자기목적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남용 내지 악용이 허용되지 아니한다. 사법 절차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경계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태도야말로 국정이 올바른 궤도 위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진정한 견제와 균형의 시작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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